
이스탄불의 마르마라해는 최근 몇 년 사이 여름만 되면 되풀이되는 이례적이고도 위협적인 자연 현상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바로 ‘바다 콧물(sea snot)’로 불리는 유해 조류 점액질입니다. 이 물질은 단순한 바다 오염을 넘어 해양 생태계의 전반을 교란하며, 도시 전체의 생활환경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칩니다. 그 뿌리는 기후 변화와 인간 활동, 그리고 지리적 특성의 복합적인 결과입니다. 이 글에서는 바다 콧물이 무엇인지, 왜 생기는지, 어떤 피해를 주는지, 지금까지 어떤 대응이 있었는지, 그리고 시민 사회의 역할까지 다섯 가지 핵심 항목으로 정리해 소개합니다.
1. 바다 콧물이란 무엇인가
바다 콧물은 식물성 플랑크톤이 과도하게 증식하며 만들어내는 점액질로, 해수면 위와 해저를 끈적하게 뒤덮습니다. 겉으로는 뿌옇고 탁한 물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산소 부족, 박테리아 증가, 어류와 해양 생물의 질식 등 생태계를 위협하는 요소들이 숨어 있습니다. 이 점액질은 특히 마르마라해처럼 좁고 폐쇄적인 해역에서 쉽게 발생하며, 2021년에는 이 현상이 정점에 달해 세계적인 뉴스로 보도된 바 있습니다. 당시에는 문제를 수면 위에서 어느 정도 해결한 듯 보였으나, 실제로는 수면 아래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바다 콧물은 단순히 보기 싫은 현상이 아니라, 물고기의 알과 유생을 질식시키고, 홍합, 산호, 해초 등 바닥에 사는 생물을 대량으로 죽이며, 장기적으로는 해양 생물 다양성을 파괴합니다. 이는 어업 산업, 관광, 수질 관리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해양 오염 형태입니다.
2. 발생 원인: 기후, 지형, 인간 활동의 삼중고
전문가들에 따르면 바다 콧물의 발생에는 세 가지 주요 요인이 작용합니다. 첫째는 기후 변화입니다. 마르마라해의 수온은 40년 평균보다 약 2.5도 더 높아졌으며, 따뜻한 바다는 플랑크톤 번식을 촉진시켜 점액질 형성에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합니다 둘째는 지리적 특성입니다. 마르마라해는 북쪽의 흑해와 남쪽의 에게해 사이에 위치해 있으며, 염도가 서로 다른 두 바닷물이 섞이지 못하고 층을 이루게 됩니다. 이로 인해 해수의 수직 순환이 제한되고, 점액질이 해수의 상층 아래에 갇히게 됩니다. 셋째는 인간의 오염 활동입니다. 이스탄불을 포함한 마르마라해 연안에는 2,500만 명 이상이 거주하며, 이들의 생활 폐기물과 산업 폐수가 정화되지 않은 채 바다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폐수의 질소와 인 성분이 플랑크톤의 급속한 증식을 유발하고 있으며, 이것이 점액질 형성의 직접적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합니다.
3. 점액질의 파괴력과 해양 생태계의 붕괴
바다 콧물은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바다 생태계의 근간을 붕괴시키고 있습니다. 수중 생물 사진작가 타신 세일란은 2021년 직접 잠수해 해초를 뒤덮은 점액질을 촬영하며 그 심각성을 증언했습니다. 표면에서 보이지 않는 바다 속 깊은 곳에서도 점액질은 산소 전달을 막고, 물고기와 해저 생물들을 질식시킵니다.
“바닥에 의존하는 종들에게는 재앙입니다.”라고 그는 말합니다. 해저 생물의 파괴는 단순히 물고기 수가 줄어드는 데서 그치지 않습니다. 바다의 생태계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 종의 감소는 다른 종에도 도미노처럼 영향을 미칩니다. 결국 인간에게도 돌아오는 문제입니다. 어업 생산량 감소, 해양 관광산업 붕괴, 수질 악화 등 다양한 형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4. 대응과 한계: 정책은 있지만 실천은 부족
2021년 점액질 사태 이후, 터키 정부는 ‘마르마라해 행동 계획’을 수립하며 총 22개의 권고안을 발표했습니다. 이 계획에는 폐수 처리시설 모니터링, 시민 인식 제고, 마르마라해 보호구역 지정 등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실행 주체로는 환경부, 의회, 각 지방정부 등이 참여했지만, 실제로 오염 부하를 줄이는 데는 거의 진전이 없었습니다.
2021년 생활 폐기물의 생물학적 처리율은 51%였고, 2024년에는 고작 51.7%로, 3년간 실질적인 변화가 거의 없었습니다. 사리 교수는 “모두가 계획에는 서명했지만, 실행은 미흡했다”고 지적합니다. 다양한 홍보와 조직이 만들어졌지만, 해양의 오염 부하는 줄지 않았으며, 점액질은 여전히 해저 깊숙이 남아 있습니다. 마르마라 시의회는 일부 성과를 언급하면서도, 오염원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선 더 많은 협력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당장의 땜질식 대응이 아니라, 산업 및 생활 폐수 전반에 걸친 장기적이고 통합적인 접근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5. 시민 운동과 희망의 씨앗
이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망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마르마라해의 여성 변화 주도자들’ 같은 시민 단체는 청원 운동을 통해 지역 정부에 책임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생태 문제를 자신의 일처럼 여기며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은, 점액질 문제를 단순한 해양 오염이 아닌 삶의 질 문제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계속 목소리를 내고 행동에 나선다면, 희망은 더 커질 것입니다.”라고 이들은 말합니다. 시민 참여 외에도 일부 대학은 떠다니는 정화 섬을 연구하는 등 자연적인 정화 시스템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일반 소비자 역시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인 성분이 없는 세제를 선택하거나, 쓰레기를 줄이는 생활습관을 실천함으로써 작은 기여를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즈미트만에서 실시된 퇴적물 정화 작업이 일정 부분 점액질의 양을 줄이는데 효과를 보였습니다. 이 모든 노력들이 지속된다면, 더 큰 해양 생태계 파괴를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바다 콧물은 단순한 지역적 문제가 아니라 기후 변화, 산업화, 정책 부재가 복합적으로 드러난 상징적 현상입니다. 마르마라해는 이제 단순히 ‘작은 바다’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미래를 지킬 수 있는지를 묻는 거울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당장의 시각적 청소나 단기적 대응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생태 보전과 책임 있는 소비가 함께 이뤄질 때 비로소 마르마라해는 진정한 회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희망은 행동에서 시작됩니다. 점액질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곧 더 나은 환경을 위한 약속이며, 이 약속을 지켜내는 것이 지금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