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연어는 차가운 바다에서 자라는 생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술의 발전과 식량 공급망 변화에 따라, 육상에서 연어를 양식하는 시도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플로리다에 건설된 ‘블루하우스’라는 대형 실내 양식장은 바다 없이도 연어를 안정적으로 길러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혁신적인 방식은 기존 해상 양식업계에 어떤 의미를 지니며, 수산업의 미래를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을까요?
첨단 기술로 바뀐 양식의 패러다임
플로리다 남서쪽에 위치한 ‘블루하우스’는 일반적인 창고처럼 보이지만, 그 내부에는 대형 수조와 정교한 제어 시스템이 갖춰져 있습니다. 이곳에서 자라는 연어는 본래 북유럽 냉수에서 서식하던 종으로, 고온다습한 플로리다 기후와는 맞지 않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환경 요소가 자동으로 조절되는 ‘재순환 양식 시스템(RAS)’이 도입되었습니다. 이 시스템은 물의 온도, 염도, 산소 농도, 조명 주기 등 생육에 필요한 요소를 정밀하게 통제하며, 폐수는 정화 후 재사용됩니다.
육상 양식의 가장 큰 장점은 외부로부터의 오염과 질병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해상 양식장에서는 기생충이나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쉬운 반면, 폐쇄형 순환 구조를 갖춘 실내 양식장에서는 항생제나 살충제 사용이 줄어듭니다. 이스라엘의 기술업체 ‘아쿠아마오프’는 전 세계 10여 곳의 RAS 양식장을 설계했으며, “백신 없이도 건강한 사육이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시장을 겨냥한 전략적 위치
블루하우스를 운영하는 노르웨이 기업 ‘애틀란틱 사파이어’는 유럽을 거치지 않고 미국 소비자에게 직접 신선한 연어를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에 주목했습니다. 또한 플로리다 지하에는 담수와 해수가 각각 분리된 대수층이 존재해, 연어의 성장 단계에 따라 적절한 수질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이는 육상 양식에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하며, 폐수는 별도 지층에 처리되도록 설계되어 환경오염 가능성도 최소화됩니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부각되면서, 현지 생산·소비 구조가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안드레아센 최고경영자는 “사람들이 유통 경로가 짧고 투명한 식품을 선호하게 되었다”고 전하며, 플로리다산 연어의 가치는 팬데믹 이후 더욱 상승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수입에 의존하지 않는 구조는 항공 수송비 절감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넘어야 할 기술적·윤리적 과제
육상 양식이 항상 순조로운 것은 아닙니다. 블루하우스 역시 수질 관리 실패로 연어 수십만 마리를 조기 출하해야 했으며, 설계 결함이나 예기치 못한 사고로 추가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시스템은 작은 오류에도 큰 영향을 미치며, 지속적인 점검과 유지가 필수적입니다.
일부 동물보호단체는 실내 양식이 연어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제한하고 고통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PETA는 전 세계 육상 양식장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며, “물고기도 감정과 고통을 느끼는 존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애틀란틱 사파이어 측은 지느러미 모양, 수영 속도 등을 지속적으로 관찰해 물고기의 복지를 평가하고 있다고 해명합니다.
해상 양식과의 공존 가능성은?
노르웨이와 스코틀랜드처럼 전통 해상 양식이 발달한 지역에서는 여전히 바다 양식을 선호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들은 고품질 해수를 통한 천연 양식 환경이 연어의 맛과 품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합니다. 경영학자 라그나르 테베테라스 교수는 “육상 양식은 에너지 소비가 크고, 비용 대비 수익성이 낮은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하며, 아직은 신중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어린 연어를 육상에서 일정 기간 사육한 뒤 바다로 옮기는 ‘혼합형 양식’에 가능성을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초기 질병 노출을 줄이면서도 해상 양식의 장점을 일부 유지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 식량 위기, 그리고 소비자의 식품 안전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연어 육상 양식은 단순한 대안이 아닌 새로운 해답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물론 완전한 전환에는 기술적·경제적·윤리적 고민이 따르며, 이에 대한 지속적인 검토와 개선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블루하우스와 같은 도전은 분명히 수산업의 방향성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으며, 앞으로 바다 없이 기른 연어가 식탁에 더 자주 오를 날도 멀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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